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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 그리고 귀향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6-10-05 조회수 : 1180

귀양 그리고 귀향

장 은 경

 

  작년 531일자로 수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내고 산속농장으로 들어왔다. 유월부터 오디 따고 텃밭 일구며, 직장 출근하듯이 열심히 일하며 지냈다. 살림 살 집도 없이 이삿짐은 아래 빈집에 대충 넣고, 생활은 손님 없는 겨울동안 한옥 펜션에서 지내기로하고 이사를 해야만 했었다. 이사하는 그날, 마냥 서러웠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데, 집도 한 칸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내가 그렇게 한 것도 없이 인생 헛살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고약해졌는지 원.

  여름에는 할 일이 많고 사람들이 펜션에 놀러 와서 정신없이 지나간다. 가을에는 친환경 뽕잎으로 누에 키우고, 텃밭에 심은 작물들을 수확한다. 겨울이 되자 고요, 적막 그 자체다. 매달 적은 돈이지만 월급 받을 때는 세금 내는 부담이 적었다. 시골생활은 수확물이 있는 일정기간만 수입이 있고, 나머지 기간은 알아서 버텨나가야만 한다. 세금내기도 힘들어,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 자꾸만 후회된다.

  매서운 바람 소리가 마당 안을 휘젓고 다니는 긴긴 겨울밤, 남편은 잠자리에 눕자마자 이내 코를 곤다. 그 소리에 정신은 더 말짱해지며 불안이 밀려온다. 한참 지나서 이불 발치에 일어나 앉는다. 차가운 벽에 베개를 대고 기대어, 가부좌를 하고 깊은 상념에 잠긴다.

도시에서는 능력에 따라 취직할 수 있어서 나 자신이 나름 유능하게 보였는데, 촌에 들어오고 보니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뭘 하나 하려고 해도 남편 도움 없이는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 없고, 외출마저 불가능한 이곳 생활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무능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살아왔었나?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주루룩 뺨을 타고 흐른다. 눈물을 멈추려 하면 할수록 더 흘러나온다. 잠자는 남편을 생각해서 형광등은 켜지 않는다. 캄캄한 그믐밤처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현재 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내 의지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는 속상함! 그래, 실컷 울자! 억지로 감정을 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안으로 곪는 거야. 마음 밑바닥, 절망의 나락, 저 아래로 철저히 자신을 밀어 내리자! 절망의 깊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기 위해, 겨울 두 달 동안 밤마다 숨죽여 울고 또 울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밤마다 간절한 기도뿐이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내 삶에도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봄기운이 느껴지는 어느 날, 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소농교육과 후속교육을 들으며, 새로운 봄을 향해 미래를 설계해본다. ‘작지만 강한 농업을 꿈꾸는 강소농 교육에는 각 면에서 농사짓고 가공하는 농가들이 각자 고민들과 꿈을 가지고 교육에 참석한다. 그날 오후 수업은 강사님이 각 농장의 안주인을 앞에 나와서 농장 소개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하라고 하신다. 내 차례가 되자, 잠시 망설이다가 무겁게 말문을 연다.

 “지난겨울,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도시에선 직장 다니고 나름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여기 와서 살다보니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농사나 밭일은 몰라서 이웃 할머니들께 틈만 나면 여쭤보았습니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순간, 셋째 줄에 앉아 마주보고 있는 남편의 두 눈과 마주친다. 그는 그만 얼굴이 붉어지며 일어서서 나간다. 앞줄에 앉은 농사 30년 경력의 아주머니가 자기는 삼년을 꼬박 울었다고 하며 위로해주신다. 다른 분은 자기는 지금도 힘들 때면 혼자 운다고 하신다. 나만 시골생활에 적응 못하고 좌절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직장 그만두고 작년 유월부터 6개월간은 공장 정리 및 재고정리, 집 주변 환경정리, 남편 옆에서 도움 안 되는 사람들 정리하느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겨울이 되자, 할 일이 줄고 수입이 없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봄이 되자, 더 이상 울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자, 이렇게 강소농 교육과 후속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남편에게 아까 강의실에서 왜 나갔느냐고 물어본다. 그는 마누라 촌에 데려와서 그동안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해서, 복도에 나가 한참 울다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다만 처해진 현실이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초라하게 했을 뿐이다. 농장을 일으키기 위해 참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내가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그 마음을 이해하겠는가? 목구멍으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며, 가슴이 자꾸만 저며 온다. 각오는 단단히 한다고 하고 들어왔지만, 예상과 달리 시골생활은 만만치가 않다. 농부의 아내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바깥 일 끝내고 집에 오면 쌓여있는 집안일이 기다린다. 사람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며,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는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촌에 들어오니 좋지?” 라고 그가 물을 때마다 욱하고 뭔가 뜨거운 것이 치민다. 기본 생활비도 없는데 좋기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마누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중에 없고, 어째 자기 행복만 보일까 서운하다. 여전히 도시생활과 모든 것이 비교되고, 불편하고, 사람들이 그립고 쓸쓸하기만 하다. 내게는 귀향이 아니라, 문화적, 정서적으로 소외되고 버림받는 것 같은 귀양인 것을 아직도 모른다. 언제쯤이면 나도 이곳의 생활이 귀향이 될까? 하루는 정색을 하고 그에게 그런 말로 내 생각을 돌리거나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인정하고 생각이 변화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한다.

  눈을 감고 여기 들어와서 산 지난 1년을 돌이켜본다. 이젠 우울한 귀양생활은 그만 접고, 이곳 생활을 2의 고향이라고 여기라고 되뇌어본다. 어차피 도시에 살아도 매일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이 하고 싶으면 30분 투자해서 도시로 나갔다가 볼 일 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과 뭐가 다른가하고 여기기로 한다. 현재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아직은 어렵고 힘든 생활 그대로이지만, ‘사는 것이 그러려니, 뭐 별 것 있나!’ 로 여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처한 상황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몸 건강하고, 가족과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보자. 그러면 시골 유배지에서의 귀양이 아니라, 2의 고향에서 의미 있게 지내는 귀향이 되지 않을까? 내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 그 중에 가장 여리고 순수한 그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고 다독여 다시금 다잡아본다. 힘내라고.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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