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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디세이 > 부전자전(父田子田)
 
쉼표 같은 여행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6-08-15 조회수 : 1042

쉼표 같은 여행

장 은 경

 

유월 중순, 한낮의 뜨거운 햇살 아래 새까만 오디 따느라 구슬땀을 흘리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갈까? 말까?’

마흔 아홉을 살아오면서,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너그럽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최면을 걸어본다.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애 많이 썼어. 남편, 자식들 뒷바라지도 중요하지만 이쯤에서 너도 너 자신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야만 하는 나날들을 향해 한걸음 내디디기도 힘들어지게 될 걸. 남은 삶을 잘 살아 내려면 더 이상 불안한 미래와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가끔은 현재를 되돌아보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보는 거야. 아등바등 살아봤자 내 의지나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들어 더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니? 내가 편안하고 여유로워야 매사가 순조롭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어느 누구도 힘들었구나, 잠시 쉬어가라고 하지는 않아. 나중에 남 탓해봐야 너 스스로 그렇게 살아왔잖아 하면 끝인 거야.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는 거야!’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면 크게 세 가지를 후회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한다고 한다.

용서하며 살 걸, 베풀며 살 걸, 재미나게 살 걸.’

어떻게 살던 후회하지 않고 이 세상과 작별할 사람은 몇 안 될 것 같다. 난 재미나게 살 것을 가장 후회할 것 같다. 앞만 보고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뒤처지고 힘 빠지는 느낌이라, 매사에 짜증이 나고 시큰둥했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삶을 살았을까? 나는 부모,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왔다고 하지만,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의문이 들며 더 좌절하고 배신감마저 들지 않았을까? 재미없이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더 늦기 전에 자신부터 챙기고 싶다. 누가 알아주거나 위로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재충전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 결심했어. 더 늦기 전에 떠나는 거야!

724, 드디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뇌리를 누르는 걱정이나 불안은 집에다 걸어두고 37,900마일 떨어진 발칸 4(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을 향해 79일간 여정으로 홀연히 떠난다. 10시간 50분 걸려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항에 도착한다. 언니가 딸아이 직장의 연가를 이용해 유럽여행 떠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먼 나라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일정 속에 크로아티아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벌써 어떻게든 가기로 작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꽃보다 누나편에 소개된 크로아티아를 보며, 힘들 때마다 언젠가는 저기를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소망하며, 지치는 일상 속 매너리즘에서 간신히 버티곤 한 것이 떠오른다. 언니, 조카와 함께 가면 3명이라 짝이 안 맞아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아서, 난 작은아들을 같이 떠나자고 했다. 마침 마음 통하는 사람 4명이 떠난다고 하니, 기다리는 시간들이 더디기만 하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떠나느냐가 더 중요하다. 불편한 사람과 가면, 아무리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보아도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그저 참고 견디는 고행이기 때문이다.

1일차(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의 퓨전식당 교또에 가는 길에 성스테판 성당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다. 오래되고 웅장한 성당의 멋진 조각상들과 뾰족한 지붕들에 감탄하며 여기저기서 셔터를 누른다. 이제 발칸반도에 온 것이 실감난다. 낯선 외국인들과 거리 풍경과 이국의 냄새들, 한국보다 뜨거운 햇살, 그러나 습도는 낮아 그늘에 서면 견딜 만큼 덥다. 하늘은 우리네 9월 청명한 하늘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오스트리아는 전 국토의 70%가 산지라고 한다. 수도는 비엔나로 전체 인구는 830만이다. 표토가 얇아 조상대대로 풀씨를 뿌려, 인위적으로 목초지를 조성하여 지금처럼 울창한 숲과 목초지를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슈바르츠발트(검은 숲)’는 한여름에도 밤처럼 어두운 빽빽한 숲들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유명한 작곡가들도 이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며 악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빽빽이 심어진 나무들과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 사이로 집들이 초록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7시간의 시차 적응을 위해 일찍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커튼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와 천정과 벽 사이를 어른거리며 생긴 빛 그림자를 응시한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 생각에 좀처럼 잠들기 힘들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잠시 접어두자. 지금 현재를 즐겨보는 거야.

 

2일차(슬로베니아)

 

한 시간 간격으로 자다가 깨서 시계를 보다가, 결국 현지시각으로 450분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아이는 아직 코까지 골며 꿈속이다. 그래도 단체 관광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 아이를 깨워 서둘러 준비하게 한다.

오전 8, 대형버스는 비엔나에서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를 향한다. 5시간 소요되는 거리다. 창밖으로 더 넓은 목초지와 소들, 빽빽하게 심은 해바라기 밭, 밀밭이 지나간다. 우린 관광버스의 뒷자리에 자리 잡는다. 학창시절 범생이처럼 앞쪽만 앉아서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부러워했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뒷자리로 들어간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다 볼 수 있다. 좌우, 정면을 마음껏 감상하며, 1명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허리가 뻐근할 때마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본다. 가이드는 지금 달려가고 있는 여행지와 역사적 배경, 사건들을 설명하는 동안, 그녀의 시야에서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어 오히려 홀가분하다. 사는 동안 외면한 채로 덮어둔 내면에서 뭔가 꿈틀거린다. 창밖 풍경 보다가 설명 듣고, 메모하다가 다시 상념에 잠긴다.

다음에 시간과 여유가 되면 가봐야지 하고 가지 않은 길들을, 평생 가지 못하고 점점 멀어지면서 선택한 길만 계속 가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번 여행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가 볼 수 없는 길에, 이미 들어섰으며 낯설고도 기대되는 길이기를. 힘들고 지칠 때 문득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길이기를.

블레드에 도착하자, ‘디어 마이 프랜드에서 조인성과 고현정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던 파노라마 식당에 들러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여유를 누린다. 식사하며 드라마 속의 고현정처럼 앞으로 이루어야 할 꿈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다짐해 본다.

바로크 양식의 블레드 성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가운데 하나다. 1011522일 독일의 헨리 2세가 브릭센의 주교 아델바론에게 하사한 땅이다. 호수 위 암벽에 지어진 성을 보러 플레트나(전통 나룻배)를 타고 블레드 섬으로 천천히 뱃사공이 노를 저어 다가간다. 초록빛의 맑고 투명한 호숫가에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광욕으로 몸이 뜨거워지면 잠시 강물에서 수영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우리네 상업화된 호숫가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으로 순응하며 즐기는 그들의 삶이 왠지 부럽다.

블레드 성에 들어설 무렵, 하늘이 어두워지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성 내부로 들어서서 유서 깊은 인쇄소, 대장간, 갤러리, 박물관 등을 둘러본다. 천년여의 시간을 버텨온 블레드 성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기념사진 찰칵. 소나기가 멈춘다.

저녁 먹기 전 1시간 반 남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블레드 시내를 산책하며 사진을 찍고 쇼핑을 한다. 그때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 우산은 작은 것 하나인데 사람은 4. 난감한 순간 언니가 묘안을 낸다. 한 명이 방에 가서 우산 더 가져오는 것으로. 작은아들이 우산 가지러 간 사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현지 피자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진다. 사먹고 싶지만 저녁 식사시간이 다가와 다음으로 미룬다.

내일 일정은 가장 바쁘다고 한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어 간밤에도 새벽 두시, 세시, 네시. 시계를 보며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일은 드디어 가보고 싶었던 크로아티아를 간다고 한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가기 전날처럼 설렌다.

 

3일차(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이른 아침, 블레드에서 두 시간을 달려 포스토이나로 이동한다. 슬로베니아는 카르스트 지형을 연구하는 카르스트 지형학의 발상지로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인 포스토니아 동굴로 유명하다. 지리교육을 전공하는 작은아들은 유심히 동굴을 살펴보고 필요한 사진들을 찍는다. 같이 오길 잘했다. 내년이면 군대에 가야하고, 갔다가 오면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많이 바쁠 텐데,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여행은 시간만 있다고 가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다고 가는 것도 아니다. , 시간, 낯선 곳으로 가보려는 의지, 일상에서 쉬어갈 수 있는 여유, 자신에 대한 믿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이 모든 것을 받쳐 줄 행운들이 다 따라줘야 갈 수 있는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특별하지 않을까?

포스토니아 동굴은 21km의 석회암 동굴로 150종 이상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동물은 인간 물고기(Human fish)’라 불리는 도룡뇽 닮은 백색의 양서류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모처럼 임신 중이라, 예민한 어미를 위해 수족관은 어둡게 가리고 조용히 관람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 이름은 사람처럼 80~100년을 살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동굴 속은 수백만 년의 시간동안 흘러내린 빗물이 떨어지고 쌓여서 형형색색의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형성된 것이다. 이곳은 2Km만 열차로 관람할 수 있도록 일반사람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한다. 동굴 안의 생태계 및 동굴 보존을 위해 연중 8~10도로 유지되고 있어, 초봄 점퍼를 입고도 쌀쌀하다.

암흑의 저편 너머로 살고 있는 생명체와 이마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신기하고 경이롭다. 혹시 나 때문에 종유석의 모양이 달라지거나 서로 만나지 못해 석주가 되지 못하지는 않는지 걱정된다. 사는 동안 이 동굴을 다시 보러 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 본 몇몇 동굴과는 크기나 모양, 규모 자체가 다르다. 동굴이 만들어진 수백만 년 전 시간에 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가슴에 서늘하게 와 닿는다. 저 종유석과 석순이 서로 맞닿아 기둥 하나하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일까?

동굴투어의 마지막 지점에는 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높은 천장과 널따란 공간으로 이루어진 콘스트홀과 기념품점이 있다. 얼마 전까지도 이곳에서 공연들을 했었는데, 동굴이 악기들의 울림에 의해 변형될 수 있어, 이젠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까지 3500만 명이 이 동굴을 다녀갔다고 한다. 1시간 30분 소요되는 포스토니아 동굴 관람은 마치 수백만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 나온 느낌이 긴 여운을 준다.

크로아티아는 118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국토의 36%가 산지이다. 남한 절반 크기이며 인구는 약 450만이다. 수도는 자그레브이며 1유로는 7쿠나 이다. 여행 중 고개를 끄떡일 때면 언제나 웃으며 글쿠나!”라고 하며, 이곳의 화폐 쿠나를 상기해본다. 자판기 커피 한 잔에 6쿠나다. 한국의 커피 맛이 그립다. 우리의 카페오레와 비슷한 커피가 이 곳에서는 멜란지라고 시켜야 나온다.

크로아티아 국경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라스토케까지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4시간을 달려간다. 바칠라프 기사님은 안전운전으로, 다음 목적지까지 일행을 태워다 주고 그날 숙소인 호텔로 향한다. 그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폴란드인이다. 여행 온 이상 폴란드어로 가이드가 가르쳐준 대로 아침인사(지엔 도브리)는 건네어본다. 매일 일정 마칠 무렵이면 고맙다(지엥쿠예)는 인사와 박수도 잊지 않는다. 물이 귀한 유럽에서는 생수는 사먹어야 하는데, 우리 4명이 하루 동안 먹는 물을 대부분 바칠라프 기사가 버스에서 파는 것으로 애용한다. 흰 콧수염 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미소가 정겹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로 사는 물 때문인지, 내가 건네는 폴란드 인사가 마음에 들어 미소 짓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외국인이지만 친절하고 상냥해서 좋다.

라스토케는 방앗간을 하던 작은 마을이다. ‘꽃보다 누나에서 촬영하면서 유명해져 이젠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마을 곳곳은 동화 속의 집들처럼 아기자기하고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폭포수가 아름다운 민속촌이다. 흰 석회석 벽돌에 붉은 지붕, 집집마다 테라스에 내어놓은 화사한 화분들이 우릴 반긴다. 이곳 석회석은 구우면 다 붉은 빛이 감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색깔의 지붕은 거의 볼 수 없다. 새로 지은 집은 선명한 붉은색, 오래된 집은 희미한 붉은색 지붕이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숙박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외곽 다리에서 저 멀리 마을을 돌아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고 한다.

1시간을 달려 플리트비체다. 78M ‘빅 폴로 유명하지만, 폭포가 크고 웅장해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석회암 사이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소폭포들 때문에 더 유명하다고 한다. 우린 P1을 트래킹해서 하부 호수를 돌아, P3에서 배를 타고 되돌아 나간다고 한다.

좁은 호수 주변 산책길에 관광객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흰 석회암에 투명한 호수물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송어들은 열 맞춰 물살을 가르며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다. 오리 가족들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자세히 보니 1미터 정도 되는 물뱀이 나선형으로 헤엄쳐 나간다. 햇살이 뜨겁다. 시원한 마시는 물이 그립고 서늘한 그늘이 반가울 뿐이다. 좌우로 뿜어져 나오는 소형 폭포가 보고 또 봐도 신기하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본 송어가 맑은 강물 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1시간 30분 뒤 도착한 오굴린의 식당에서 저녁 메인 요리로 송어가 올라온다. 송어그릴구이에 감자 으깬 것이 특식이라고 한다. 여행을 가면 현지식을 맛봐야 그곳 사람들을 그래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가이드는 조언한다. 음식은 그곳의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그럴 거야. 아직까지는 현지식을 먹는데 별 무리가 없다. 최소한의 조리로 식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히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평소 빵 종류를 즐겨 먹는 편이지만, 온갖 종류의 빵을 다먹어보는 것 같다.

우리 앞에 앉은 혼자 여행 온 남자는 음식 때문에 집이 그리운가 보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여행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쉴 수 있는 집이 있기에 방랑과는 그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4일차(크로아티아)

 

오굴린에서 항구도시 자다르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나로드니 광장, 바다 속으로 박힌 70M 대형 쇠파이프들이 파도에 의해 소리를 내는 바다 오르간의 불규칙한 연주에 귀 기울여본다. 자연이 내는 소리는 인위적인 연주와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자연이 주는 웅장하고 깊은 울림이 질리지 않는 음색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54M의 종탑, 시로카 광장을 거닌다.

로마제국의 영향으로 석회석으로 울퉁불퉁한 돌들로 이어진 열주대로 위에 시민광장, 시청건물이 이곳의 유명한 도시들 마다 다 있다. 인파가 많은 곳은 석회석이 닳아서 흰 우유 빛깔 조약돌처럼 반들거려, 걸을 때 마다 미끄러워 발과 다리에 힘이 주어진다. 이국에서 다치면 병원가기 힘들고 무엇보다 여행을 망칠까봐 더 조심이 된다.

점심으로 해물스파게티가 나온다. 이국적인 샐러드와 후식이 나오자, 젊은 층은 음식사진 찍느라 바쁘다. 이번에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자다르에서 1시간 40분을 달려 트로기르에 도착. 트로기르는 발칸반도의 베니스라고들 한다. 로브르 성당, 카메를렝고 요새, 시청사, 13세기 시피코 궁전을 관람한다. 로브르에서 버스로 35분 가자, 크로아티아 제 2의 도시 스플릿에 도착한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에 귀 기울여본다. 사람들은 이 궁전에 살던 황제가 묻힌 영묘를 훼손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순교당한 도미니우스의 제단을 만들었다. 제우스 신전 자리에는 세례자 요한의 동상을 갖다 놓았다고 한다. 역사는 강한 자의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것이기 때문인가?

1700년 전 궁전과 유물들 속에 사람들이 현재에도 불편하지만 살고 있다고 한다. 성안 건물들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서 산다고 하니,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보인다. 과거 없이 약속된 미래가 없듯이 자연과 문화유산,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삶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골목골목 넘쳐난다. 멋진 요트와 범선, 크고 작은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와 흰 차광막을 드리운 노천카페들이 인상적이다. 궁의 북문으로 나오자 검은 그레고리우스 주교의 동상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쓰다듬으며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진다는 속설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발가락을 만지고 사진을 찍어서 발가락만 황금빛으로 빛난다. 나도 소원을 빌어본다. 크로아티아에서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쇼핑가게에 들러 지인들의 선물을 고른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나온지라 딱히 선물을 고를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를 생각해서 몇 가지는 사가야겠지.

 

5일차(크로아티아)

 

이른 아침 짐을 챙겨 버스에 올라 출발하자마자,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조카가 아끼던 선글라스를 깜빡하고 침대 위에 두고 나온 모양이다. 눈부신 햇살아래 관광할 일이 큰일이다. 어디 적당한 가게가 보이면 선글라스를 사자고 한다. 액땜한 거라고 위로의 말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쓰던 물건이 없어졌을 때 허전하고 아쉽다. 다시 돌이킬 수 없음에 우울해지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스플릿에서 드브로브닉까지는 약 4시간 소요된다. 매일 6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세 시간 이상 걸어서 관람을 하다 보니 절로 드는 생각이 있다. 여행은 다리가 튼튼하고 가슴이 떨리고, 같이 할 사람이 있을 때 떠나라고. 손 떨리고 다리에 힘 빠지고 간 떨릴 때 가면 옆 사람한테 민폐주기 십상이다. 밤마다 왼쪽 다리에 쥐가 나서 파스 바르고 주물다가 잠드는 나도 좀 늦은 감이 있다. 더 젊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을 때 올 것을.

여행이 주는 여운은 한국에 돌아가서 알게 될 것이다. 두 발로 걷고 느끼며 지나쳐온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어느 날 텔레비전에 비춰지면, 용하게도 다녀간 곳을 알아보고 그곳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플로체문을 지나 해안가에 위치한 점심 먹을 레스토랑을 들어선다. 블랙 리조또와 얇게 구운 마르겔따 피자를 먹어본다. 더워서 입맛은 없는데 의외로 담백한 것이 맛있다. 비둘기를 싫어하는 조카 근처로 자꾸만 빵부스러기 달라고 비둘기가 접근한다. 난 조카와 자리를 바꾸고 창가에 앉아 비둘기를 쫓아낸다. 더운 날씨지만 점심 먹고 다시 힘내서 관광해야지.

드브로브닉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것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래와 같다.

첫째, 스르치산 케이블카를 타고 778M에서 푸르른 아드리아해를 끼고 위치한 시내를 보며 차 한 잔하기.

둘째, 아드리아해와 맞닿은 드브로브닉 성벽 2Km를 돌며 구시가지 구경하기.

셋째, 배타고 바다로 나가 시원한 레몬 비어 한잔하며, 바다에서 바라보는 드브로브닉의 풍경 감상하기. 번외로 로쿠룸섬에 형성된 누드비치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민망하게 선글라스 끼고 유심히 보는 일행이 있어 빨리 지나치고 싶었는데, 배가 일정 지점에 도달하자 다시 누드비치를 천천히 되돌아 항구로 돌아간다.

드브로브닉은 아드리아해의 진주, 지상의 낙원으로 표현된다. 이곳은 7세기 슬라브족 침입으로 작은 돌섬으로 피난해서 살면서 만들어진 도시로, 15세기에는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16세기 이후 침체되었다가, 1667년 대지진으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사망했다고 한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991년과 1992년에 내전으로 2000여 발의 폭격이 있어 80~90%가 무너졌으나, 그대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놀라운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2Km 성벽 안에 현재 4000여 명이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한다. 시내 건물들은 아직도 곳곳에 포탄자국과 총탄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우린 너무 더워 바다 쪽 성벽 반만 돌고, 성안의 어느 길거리 카페에 들어가 냉커피, 홍합요리, 감자와 오징어튀김요리를 먹으며 열기를 식히다가 일행이 모이는 장소로 이동한다. 현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을 쳐다만 보았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짐작컨대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목마름을 해결하고,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어가나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으니 두려워 말고 같이 경험해 보자. 저녁에 쉬어간 호텔은 이번 여행의 어느 호텔보다 편하고 깔끔하며 경관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아드리아 호텔 굿!

 

6일차(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어제 아침 조카는 선글라스를 호텔방에 두고 나왔는데, 오늘은 출발 직전에 화장실 다녀오면서 챙 넓은 모자를 두고 나온 모양이다. 이틀 연속 쓰던 물건을 두고 나온 그녀. 오늘은 더운 날씨에 모자, 선글라스도 없이 어떻게 여행할지 걱정스럽다. 모자나 선글라스는 다시 사면되지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속상한 마음은 달랠 수 있을지.

가이드는 여행에 대한 팁네 가지를 알려준다.

첫째, 장거리 여행은 젊을 때 하라. 나이 들어 장거리 여행을 가면 걷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구경할 동안 입구 의자에서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둘째, 여행 일수는 처음은 7~8일이 적당하고, 견딜만하면 9~12일이 적당하다고 한다. 집 떠나서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민해지고 피곤이 몰려와 체력이 바닥난다고 한다.

셋째, 성수기(여름방학, 겨울방학, 공휴일, 연휴 등)는 피해서 봄이나 가을에 여행하면 저렴하고 실속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넷째, 여행의 목적을 살려서 떠나라. 그 목적이 휴양, 관광, 쇼핑, 다른 문화에 대한 체험인가에 따라 선택 지역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로 향하는 길에 국경을 통과한다. 바칠라프는 21명의 여권을 모두 들고 국경심사대로 가서 20여분이 지난다. 버스 안은 기다리는 동안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지루하고 답답해서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다가 신기한 장면을 마주한다. 바로 앞 국경 전봇대에 황새처럼 생긴 새가 있다. 모두 세 마리다. 전봇대 위 둥근 부분에 바구니 모양으로 둥지를 틀고, 어느 나라 사람들이 탄 버스가 지나가나 구경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희를 구경하고 있는데 새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가 살기에는 시끄럽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차들이 많이 지나가니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명당자리를 차지한 녀석들이 지혜롭다. 하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햇살은 어떻게 할 건지.

보스니아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다. 보스니아계 40%, 세르비아계 30%, 크로아티아계 22%, 기타 18%라고 한다. 종교탄압을 피해 피난 가다가 보스니아로 유입된 것이다. 모스타르 다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무슬림계와 카톨릭계로 양분된 다리다. 1993년 폭파되었다가 1995년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여행팀이 신호등 건널 때 바짝 다가온 여자에게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한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소지품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시킨다. 소매치기 때문에 관광이 재미없고 온통 가방에만 신경이 쓰인다.

회교문화는 처음으로 접한다. 울퉁불퉁한 조약돌 거리, 중세 터키식 건물, 검은 천으로 눈만 보이고 다 휘감은 여인들이 낯설다. 그녀들은 어떻게 밥을 먹을까? 조카는 기념품 가게에서 잃어버린 선글라스를 대신할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작은아들도 친구에게 줄 기념품을 고른다. 길에 다니다가 소매치기 당하기 싫어서, 쇼핑 끝나자 바로 버스에 오른다. 대형 버스는 안전지대이며 간이 휴식처다. 바칠라프에게 시원한 생수를 사서 각자 한 병씩 들이킨다.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싸다는 것이다. , 공기, 햇빛 등등.

오후에는 발칸반도 최대 이슬람도시 사라예보로 간다.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사라예보 역시 소매치기가 많다고 한다. 이럴 어쩌나. 사라예보에서는 현지에 살고 있는 25세 한국인 청년이 가이드를 진행한다. 어눌한 한국말이라 수신기를 통해 들으니 외국어나 다름없다. 여섯 살에 사라예보에 와서 19년 동안 이곳에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는 타블로를 좋아한다고 한다. 타블로 패션에 타블로 말투로 네르트바 강변의 라틴다리를 설명한다. 라틴다리 근처에서 황제부부가 암살당한 곳이다.

시내를 걸으며 정교회, 이슬람사원, 비둘기광장, 보스니아 전통가옥 내부를 관람한다. 전통가옥의 이층 방에 펴진 이불이 우리네 이불과 흡사하고 대문의 경칩모양도 다소 비슷하다. 남자들이 데려가 주기 전에는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보스니아 여인들을 위해, 접견실은 많은 의자가 놓여있다. 그곳에 앉아 바깥세상과 소통하고 그녀들의 삶을 살아갔다고 한다. 뒤뜰의 자그마한 우물이 예뻐 사진을 찍는다. 언니는 다른 사람 사진 찍어주다가 예쁜 곳이 나오면 아이처럼 나두, 나두.”를 외친다.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 입가의 보조개가 매력적인 그녀와 오랜 시간 여행을 한 것도 나두, 나두.’ 같이 가고 싶어서 때문이겠지.

 

7일차(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일정은 사라예보에서 갈무리하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출발한다. 자그레브까지는 버스로 4시간이 소요된다. 길은 탄탄대로 뚫리고 날씨는 좋고 별 사고 없이 일행 전원 약속시간도 착착 잘 맞추니, 여행은 일정대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가이드는 이번 팀이 복을 많이 쌓아서 그렇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여권분실로 일행과 떨어지기도 하고, 한국에서 급한 일이 생겨 여행 포기 각서를 쓰고 되돌아가기도 한단다. 일행은 다들 점잖고 배려 깊고 매너가 있어, 이젠 만나면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으며 여행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사람들이 좋아서 같이 가는 길이 즐겁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아름답게 각인될 것이다. 오늘로 집 떠난 지 일주일이다. 힘든 기억들은 뇌가 잊지 말라고 실제 보다 시간을 늘려 기억하는 반면, 좋은 기억들은 후다닥 지나가게 한다.

성 스테판 사원, 성 마르코 성당, 반 젤라치크 광장, 성모승천대성당, 돌라체 전통시장 등을 관람한다. 아름다운 성모승천대성당을 보고 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모두 울었다. 그 이유를 묻자,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누구나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무엇을 보고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고 했다. 이 사원에 들어서며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가슴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졌었지. 여고시절 카톨릭 재단 학교를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며, 예배당 의자에 잠시 앉아 묵상을 한다.

화재에도 불에 타지 않은 성모마리아성당, 성카트리나 교회, 세계에서 가장 짧은 66M 케이블카를 구경하며 마스토 시인 동상 양옆에 앉아 기념사진 한 컷. 반 옐라치치 광장.

 

8일차(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어제부터 현지식 야채스프, 닭가슴살 스테이크,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넣은 샐러드, 달달한 후식이 질린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있는 한국 음식이 그립다.

오전 933, 슬로베니아 국경 근처에 도착한다. 국경심사는 버스만 형식적으로 하고 통과한다. 45분 정도 더 달리자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는 국경심사 없이 그냥 지나간다. 반대편 차선에는 캠핑카를 싣고 가는 차들이 즐비하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보트를 자가용 뒤에 싣고 달리는 차다. 한국에서 상상도 못하는 장면이다. 유럽여행은 버스를 많이 타고 두발로 많이 걷고, 온몸으로 햇볕을 이겨내며 자신의 체력을 시험하는 여행 그 이상의 극기 훈련이다. 7일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돌아갈 집을 생각하며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을 미련 없이 즐기다 가자.

어제 새벽 티를 갈아입다가 안경 콧잔등에 걸쳐진 플라스틱 부속 한쪽이 그만 부러졌다. 임시방편으로 면봉의 솜을 대어 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 콧잔등을 씹어 빨갛다. 한국은 안경점에서 1분도 안 걸리는 수리인데, 타국이다 보니 흔한 안경점조차 도통 보이질 않는다. 우리가 자는 숙소는 늘 도심 외곽에 새로 지어진 단체 여행객을 받는 호텔이어서 일반 상가가 드물다. 불편하지만 오늘은 도수 있는 선글라스에 보는 것을 의지하는 수밖에.

자그레브에서 그라츠까지 약 3시간 소요된다. 도나우강의 지류인 무어강변에 위치한 그라츠시내를 관광한다. 대성당, 비토아콘지 인공섬, 쿤스트하우스 등등.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영화를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다. 트랩을 타고 2코스 지나 중국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회전식 테이블에 몇 가지 요리와 흰 쌀밥이 나온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냄비 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고 비엔나 공항으로 출발한다. 오후 640분 출발이지만, 4시까지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수속해야만 한다. 여행의 시작점에 다시 돌아오니 첫날의 감회가 새롭다. 남은 유로화로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고 출국을 기다린다.

그동안 열심히, 치열하게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살아온 삶에 감사한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위한 쉼표 같은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더 이상 망설이지만 말고, 가끔씩 나를 위한 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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