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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3-02-12 조회수 : 2378



행복

장 은 경

 

한밤중이다.

“웨~~~이~~잉! 웨~~~이~~이~~잉!”

누구냐? 내 단잠을 방해하는 너!

허공을 가르는 손짓을 두어 번 한다. 잠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자,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웽~~~~웽~~~~웽!”

이젠 목표물을 발견하려고 사력을 다해 더 끈질기게 접근하는 울음소리가 오른쪽 귓가를 맴돌며 바로 옆에서 자극하며 들러붙는다. 낮에 피곤했던 터라 잠결에 귀찮아서 그냥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리고는 다시 잠을 청해본다. 그런데 이불 한 장 너머로 모기는 내 귓가를 배회하며 성가시게 울고 있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모기가 살아 있단 말이야. 처서가 지나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서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고 하던데, 이 녀석은 추분도 지나고 내일 모레면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데,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이야.

 

순간 열이 확 오른다.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답답해하는 내 모습이 우스워진다. 축 늘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켠다. 형광등 불빛이 갑자기 쏟아지자, 눈살이 찌푸려진다. 벽시계를 보니 1시 40분이다. 그냥 피 몇 방울 주고 계속 자도 되는데, 어떤 녀석인지 꼭 잡고 말테다. 안경까지 쓰고 찬찬히 머리맡과 방안을 살펴본다.

 

보통 모기는 불을 켜고 보면 벽에 납작하게 붙어있기 마련인데, 요 녀석은 나와 한밤중에 술래잡기라도 할 모양이다. 장롱, 화장대, 옷걸이 하나하나 훑어보며 오기가 발동한다. 도대체 어디 숨은 거야. 이왕 잠은 깼으니 누가 이기나 해보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허공을 주시한다. 모기를 유인하기 위해 팔다리도 걷어서 내놓는다.

 

방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시간이 흐른다. 벽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잡으려고 하는 사람과 도망가려는 모기사이를 가르고 있다. 처음에는 오기로 시작했는데, 10분, 20분, 30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아마 내 피 몇 방울로 피와 살을 만들어 번식하려던 암모기가 남편이 퇴근하는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대문이 열리는 순간 본능적으로 따뜻한 공기와 불빛이 있는 우리 집에 들어 왔을 것이다. 모두가 잠들기를 숨죽여 기다리다 보니, 물어도 깰 것 같지 않게 곤하게 자고 있던 나를 발견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아줌마 피를 몇 방울 먹어야겠어. 낮에 뭘 했기에 코까지 골며 자고 있을까? 그래, 어디 보자. 이불 밖으로 나온 팔은 잔털이 많고 지방이 없어서 맛이 없을 것이고, 얼굴은 내가 접근하면 우는 소리가 나서 금방 깰 텐데 어쩌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속살에 빨대를 꽂으면 딱 인데. 아쉽지만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손등 옆 부드러운 속살 맛을 한 번 볼까? 쭈-욱. 이번에는 어디를 맛볼까? 어이쿠! 하마터면 잠자는 아줌마 깨울 뻔 했네! 십년감수했다! 아무리 돌아봐도 적당한 부위가 없네. 그래도 영양보충을 좀 해야 나도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 텐데. 아까 물었던 그 옆에 한 번 더 물어 볼까? 쭈-욱. 역시 내 선택은 탁월해. 이크, 큰일 났네. 아줌마가 일어났어. 얼른 숨어야지. 그런데 배가 너무 불러서 높이도 못 날고 어쩌면 좋지. 안되겠다. 저공비행을 해서 방바닥에 숨어야겠다.’

 

시간은 자꾸 흐른다. 새벽 3시다.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모기는 없다. 한 마리 모기 때문에도 깨어지는 것이 행복이구나!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를 잃고 나면 비로소 느끼는 것이 행복임을. 늘 무언가에 쫓기고 내가 가진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것들을 갈구하는 일상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내 피 몇 방울로 행복을 느끼는 모기를 생각해본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하고, 욕망에 사로잡혀 주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지는 않았는가? 내가 없어지면 세상의 모든 것도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았는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무관심하다고 원망하지는 않았는가? 그래도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욕망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 살아 있는 동안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지도 모르고 불행하지는 않는가?

 

분명한 것은 행복이란 지나온 과거나 다가올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들이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모기의 행복과 내 행복은 어쩌면 비슷한 것은 아닐까? 갑자기 목이 말라온다. 이제 방문을 열고 나서자! 모기도 살라고 놓아주고, 나도 목이 타니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이나 청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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