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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신발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3-02-01 조회수 : 2138



최고의 신발

장   은   경

 

 

 몇 해 전의 일이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쪽에 극심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어디를 가려고 해도 많이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오래 서 있어야 하는지부터 따지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걷는 일은 아주 당연하다. 발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고 나서기조차 두려워진다.

 

 하루는 양말을 벗고 오른쪽 발을 꼼꼼히 살펴본다. 손으로 아픈 부위와 안 아픈 반대편 발과 비교를 해본다. 그런데 아픈 발의 첫 번째 뼈마디가 옆으로 조금 자라 있다. 살살 만져서 눌러 보니 제법 도톰하고 딱딱하게 자라있다. 이럴 어쩌나. 겁부터 난다. 내일은 큰마음 먹고 정형외과라도 가봐야겠다.

 

 이른 아침부터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고 병원이 있는 대구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오른다. 만약 큰 병이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이 난다. 아이도 둘이나 낳은 아줌마가 발가락 하나 아프다고 호들갑 떤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병원은 무섭다. 수술하자고 하면 어쩌지.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집안에 남자만 셋이다 보니 걱정만 앞선다.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모두 어디가 아파서 왔겠지. 정형외과다 보니 목발 짚고 기브스하고 다니는 환자가 많다. 내 이름이 호명되자 간이 콩알 만해진다. 의사는 왜 병원에 왔는지 문진을 한다. 오른쪽 발가락이 걸을 때마다 몹시 아프다고 하자, 양말을 벗어 보라고 한다. 한참을 살펴보더니,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고 의논하자고 한다. 진료실을 나와 서늘한 방사선실로 향한다. 그때 응급실에 실려 온 한 남자의 발이 시선을 끈다. 붕대 사이로 피 묻은 발과 발바닥이 섬뜩하다.

 

엑스레이가 나오고 다시 내 이름을 간호사가 부른다. 떨리는 마음으로 의사와 마주한다. 의사는 검은 사진의 아픈 부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아주머니, 특이하게도 오른쪽 발가락 첫 번째 마디가 조금씩 자라고 있네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이니, 수술하셔야겠어요."

"네? 아, 그러면 수술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회복하는 데는 며칠 걸립니까?"

"수술은 하반신 마취하고 자란 뼈를 깎아 내다보면 서너 시간 걸립니다. 입원은 5일 정도 하고 수술 당일에는 반드시 보호자랑 같이 오셔야 합니다."

"그럼, 수술 날짜는요?"

"아주머니가 날 잡아서 연락주시면 스케줄을 잡아 드리지요."

"선생님, 만약에 수술 안하면 어떻게 됩니까?"

"안하면 아마 뼈가 계속 자라서 더 많이 아플 겁니다. 참고로 수술을 한다고 해도 6개월 정도는 걷는 데 다소 지장이 있을 것입니다."

"네, 그럼 날 잡아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뿅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수술 안하면 더 아플 것이고, 한다고 해도 회복기간이 길어서 불편하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는 이전처럼 걷지 못 한다고 한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는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자, 생각 좀 해보게 오늘은 그냥 집에 오라고 한다. 남편은 한의학을 전공해서인지 병원 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그래도 이번 경우는 예외라서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직 내 몸에서 더 자랄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오른쪽 발가락 첫 번째 마디라고. 지금 키가 자랄 나이도 아닌데 뼈마디 하나가 조금 자란다고 죽기야 하겠나. 그날부터 난 외출하거나 걸을 일이 있으면 스스로 마음부터 다잡는다. 보통 여자들은 외출할 때 화장하고 옷부터 고르고 마지막에 신발을 신고 가방을 매는 것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로 한다. 외출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많이 걷는지부터 따지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날 신고 나갈 신발부터 선택한다. 신발을 고르고 거기에 맞춰 옷을 입다보니, 항상 캐주얼한 복장을 한다. 발이 편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곳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제 맛을 못 느낀다. 신경이 온통 발에만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월이 한해두해 지나고 보니, 지금은 그때 수술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픈 발가락을 위해 가장 편하고 무리가 가지 않게 관리한 덕분에 뼈도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었고 내 몸의 일부로 잘 적응해가고 있다. 신발장에는 여러 종류의 신발들이 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최고의 신은 내 발이 편해하고, 하루 종일 걷거나 서 있어도 별 무리 없는 신발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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