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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로 세상보기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3-01-23 조회수 : 1937

퍼즐로 세상보기

장   은   경

 

 

 큰아이의 사춘기는 유난하고도 길었다. 1-2년 하고 지나가겠지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내내 증상이 계속 되었다. 덕분에 나도 같이 사춘기를 겪고 후유증으로 우울증까지 얻었다. 사춘기 무렵 대부분 이유 없이 좌절하고 짜증도 내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울해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중학교 들어가고 홀로 있으며 뭔가를 생각하고 음악도 듣고, 책 속에는 내가 찾는 정답이 있을까 싶어 열심히 읽고 고민하며 지냈던 그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 때는 지금 우리 아이들 세대보다는 더 감성적이고 인간적이었던 것 같다. 옆에는 항상 언니, 오빠, 부모님이 계셨고 마주 보며 밥도 같이 먹고 TV도 같이 보고 이야기꽃도 피웠던 그 시절, 사춘기는 그냥 지나가는 감기처럼 혼자 이겨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혼자 컴퓨터하고, 음악 듣고, 고작 같이 하는 것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언젠가 부터 집에 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방문 꼭 닫고 밥 때가 되어도 나오지 않는 일이 계속 되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아서 옆에 있는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들떠 있는 날도 있고, 때로는 이유 없이 거칠고 반항적이기도 한 아이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아이가 변덕을 부리니 어디 하소연 할 곳은 없고, 가슴은 늘 답답하고 머리는 돌덩이를 이고 있는 것처럼 무겁기만 했다. 그래도 이것이 자식 키우는 엄마들의 운명이고 숙명이라고 여기고 하루하루 체념하며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우울은 나 자신을 더 깊은 우울 늪으로 끌어 내렸다.

 

 어느 날, 기분도 전환 할 겸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중에 서점 모퉁이에 진열된 퍼즐에 눈이 갔다. 마침 큰아이도 마땅히 읽을 책을 못 고르고 있는 눈치여서 그 코너로 가보자고 했다. 큰아이는 대여섯 살 때 퍼즐 맞추는 것과 변신 로봇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오랜만에 퍼즐을 보자 두 사람은 열심히 골랐다. 만화 캐릭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멋진 풍경으로 할 것인지 부터 고민해야 했다. 예쁜 그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간단하게 500피스로 시작하자고 의논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택했다. 완성하고 나면 다시 다른 퍼즐 사러 오자고 희망의 약속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재빨리 퍼즐 포장을 뜯고 분류를 하였다. 같은 느낌의 비슷한 모양끼리 모으는 동안 큰아이와 오랜만에 오랜 시간동안 마주한다. 아이의 시선은 퍼즐에 가 있었지만 난 어느 새 훌쩍 자라버린 아이의 머리와 넓어진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퍼즐을 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동안 굳게 닫혀져 있던 큰아이와 의사소통하고, 공감하고 같이 뭔가를 해내면서 서로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이는 그 때 내 마음을 몰랐을 것이다. 갑자기 엄마가 뭔가를 같이 하자고 하니까 처음에는 많이 어색해 했다. 그래도 엄마니까 다시금 용기를 내어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퍼즐에 대해, 그리고 내 아이에 대해 조금씩 느끼게 된다. 퍼즐은 테두리부터 윤곽을 잡고 원판의 그림을 보며 비슷한 색감을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용이하듯이, 큰아이도 이제 자기 인생에 대해 좀 더 크게 보고 윤곽을 잡고 너무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바로 인식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를 바래본다.

 

 그날부터 퍼즐을 아예 큰아이 방에 상 하나를 펴고 시작한다. 온 가족이 퍼즐을 핑계로 그 방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며 이야기도 나누고 하나씩 맞추고 상대방이 맞추면 칭찬해주고 자기가 모르면 상대방에게 묻기 시작한다. 늘 닫혀만 있던 큰아이의 방이 사랑방이 된다. 밤늦게 까지 같이 퍼즐을 맞추며 한동안 잃어버린 아이와의 추억, 기억, 대화, 이해, 용서의 시간이 그림을 조금씩 완성시키는 힘이 된다. 나중에야 큰아이가 고백한 것이 기억난다.

"엄마, 그 때 제가 방문 닫고 있을 때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요.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간절히 바랬어요."

"응, 엄마는 그것도 몰랐네. 난 네가 혼자 있고 싶으니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알고 들어가고 싶어도 그냥 있었어."

 

 퍼즐을 맞추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렵고 힘든 부분은 혼자보다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씩 해결책이 보인다. 혼자 보다는 '더불어'라는 미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부분은 전혀 다른 곳에 조각을 놓고 낯설게 해본다. 살면서 늘 일상적인 틀에 자신을 얽매고 지겨워하면서도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자신이 떠올라 부끄럽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자신을 세워두고 그 상황을 즐기면서 받아들이면 일상의 소중함도 배가 되듯이 퍼즐도 다른 모양, 다른 색깔에 두면 놓여야 할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퍼즐을 하다보면 '조금만 더'라는 인내력이 키워진다. 도무지 어느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꿋꿋이 인내하며 하나씩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단순히 500피스, 1000피스, 3000피스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람은 태어나면서 정해진 시간과 공간이라는 퍼즐 조각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의 행동과 생각이 또 다른 조각과 맞닿으며 한 부분을 채워 나갈 것이다. 퍼즐의 모양을 유심히 보면 사람처럼 생긴 조각과 그것을 잇는 조각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반드시 들어간 만큼 나와야 그 조각은 짝을 이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한 사람이 튀어 나오면 같이 있는 사람은 그 부분에 맞추어 들어가 주어야 불협화음이나 마찰이 없는데 우리는 늘 이것을 간과한다. 내가 들어가고 나와야 할 부분을 알아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간단한 진리조차 몰라서 늘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힘들어 한다.

 

 아이가 학교 마치고 돌아올 무렵, 조금 더 완성된 그림을 보여 주고 싶어서 자꾸만 그 방으로 발길이 간다. 몸이 가면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면 행동이 바뀌는 것을  모르고 바보처럼 끙끙거리기만 한 자신이 한심하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며 얼마나 답답했을까를 생각하며 미안해진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너도 멋진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우리 힘내자!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함께 노력하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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