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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에게서 배우는 오늘의 의미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3-01-02 조회수 : 1919



모모에게서 배우는 오늘의 의미

장 은 경

 

 

어느 해 가을, 두 아이들과 대구 시내에 나갔다가 대형서점에 들렀다. 각자 원하는 책을 고르고 약속 시간에 계산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1층부터 돌면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노란색 표지에는 누더기 외투를 걸치고 부시시한 머리를 한 모모의 뒷모습을 만나면서 이 책에 빠져 들게 되었다. 평소에 나는 좋아하는 책은 직접 구입해서 곁에 두고 몇 번이고 꺼내어 보기를 좋아한다. 내 책은 마음껏 줄도 그을 수 있고, 접어 두었다가 언제든지 펼쳐 볼 수 있어서 좋다. 약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책을 읽고 있다가, 모모와 헤어지기 싫어 결국 이 책을 사기로 했다.

 

<모모>에서 중심이야기는 '시간'이다. 호라 박사, 회색신사, 카시오페이아 이 세 인물은 모두 시간에 얽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호라 박사, 사람들이 버린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는 회색신사, 30분 먼저 앞을 내다보는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모모가 있다. 작가 미하엘 엔데는 <모모>, <끝없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태 파국을 초래하는 현대 문명사회의 숙명적인 허점을 비판하고, 우리 마음속에 소중히 살아 있는 세계, 기적과 신비와 온기로 가득 찬 또 하나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고 시간 여행 속으로 떠난다.

 

커다란 도시의 남쪽 끝머리에 위치한 옛날의 원형극장 터에 꼬마 모모가 살고 있다. 모모는 언제나 짝짝이 신발에 헐렁한 남자 외투를 걸치고 혼자 무너진 원형극장에 숨어 살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친분을 쌓아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일상용어처럼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 라고 말했다.

 

모모는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유일하게 가진 재주가 있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면 쉬울 수도 있고, 어렵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재주를 갖고 있는 모모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운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게끔 해주고, 수줍어하는 사람은 대담해지게 하고, 불행하고 억눌린 사람은 밝아지고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그녀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리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뿐이다. 그 속에 모모만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과 은근한 매력이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1초, 1분, 1시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그것을 잊고 지내게 되고,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시간의 노예가 되게 하고 결국 시간에 쫓기게 만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 몸과 온 가슴으로 느끼며 살아야만 온전히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이에 맞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줄려고 노력하는 모모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동안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호라 박사가 모모에게 내준 수수께끼 대목은 읽을 때마다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게 한다. 오늘 드디어 그 기회가 와서 기쁘다. 그 수수께끼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세 형제가 한 집에 살고 있어요.

그들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요.

그런데도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아 보이는 거에요.

첫째는 없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에요.

둘째도 없어요. 벌써 집을 나갔어요.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어요.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있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요.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에요!

말해보세요. 세 형제는 하나일까요?

아니면 둘일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요?

 

꼬마야, 그들의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으면,

넌 세 명의 막강한 지배자 이름을 알아맞히는 셈이야.

그들은 함께 커다란 왕국을 다스린단다.

또 왕국 자체이기도 하지! 그 점에서 그들은 똑같아.

 

첫째는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미래이고, 둘째는 벌써 집을 나간 과거이고, 셋째는 대체 뭘까요? 셋 중의 막내, 하지만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둘도 없다! 또 셋 중에서 유일하게 있는 것은 바로 이 순간, 현재다! 과거란 지나간 순간이고, 미래란 앞으로 올 순간이에요. 그러나 현재가 없다면, 다른 둘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그 날이 그 날인 것 같은 매너리즘에 빠져, 세 형제 중의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만 있다고 생각하고 아등바등 주위도 돌아보지 않고 살거나, 아니면 지나온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간과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 올 미래만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오늘,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기도 있다.

 

세 형제가 함께 사는 집은 바로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어른을 위한 이 동화 속의 '언제나 없는 거리'에 있는 '아무데도 없는 집'에서 나온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그리고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우리가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도둑 회색신사가 찾아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러는 동안 우리네 삶은 꿈과 따뜻함을 잃고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목표는 무엇일까?

한 순간 한 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목표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

 

<모모>는 우리에게 오늘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질문과 해답을 던져 주고 있는 작품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와 이웃의 소리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자. 어쩌면 모모가 들려주는 '오늘을 사는 지혜'의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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