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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통하지 않으면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2-12-24 조회수 : 1441

서로 통하지 않으면

장 은 경

 

 

수필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대구에 사는 지인과 연락이 닿아 커피점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결혼해서 최근까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아이들 키우고 가끔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약간 멋쩍었지만, 커피점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커피 종류는 왜 이리도 많은지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가 오면 무엇을 마실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학창시절에는 커피 향에 이끌려 자주 가곤 했던 카페가 이젠 왠지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그녀를 잠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지루함을 누른다.

 

햇볕에 약간 그으르고 상기된 얼굴의 그녀가 파라솔을 접으며 들어온다. 좀 전에 봐 둔 향이 깊고 달콤한 커피들이 있었지만,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보자 비타민이 풍부한 키위주스로 바뀌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그녀의 결혼생활이 평탄하지 않음을 알기에 이야기는 일상적인 안부를 물으며 주변만 맴돌고 있다.

 

내가 먼저 사춘기 아이들 키우는 힘드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도 하나씩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전에 그녀는 밝고 낙천적이고 뭐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했다. 그런데 요즘은 만날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지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지고 눈매도 독기로 가득하다. 조금만 그녀와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면 쉽게 흥분하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녀의 보기 좋은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어 내내 안타깝다.

 

처음에는 한두 시간 얼굴만 보고 갈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힘들 때 그녀가 힘이 되어 주고 위로해 주던 시절이 떠올라 좀 더 있기로 했다. 빨리 집에 가서 작은아이 저녁 공부 하러 가기 전에 도시락도 싸야 하지만, 편의점에서 뭐 하나 사들고 가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녀는 자신이 요즘 왜 이렇게 사는지 답답하다고 한다. 낮 시간 동안의 자유는 좋은데, 남편이 퇴근하고 애들이 하교하면 집이 감옥이고 지옥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남편이 자기만의 틀과 사고방식에 온 가족을 집어넣고 같이 움직이고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신혼 때는 그냥 그려려니 하고 살다 보니, 요즘은 남편에게 전화 오는 친구 하나도 없고 땡 하면 퇴근해서 마누라와 아이들 뒤를 따라 다니며 간섭하고 조종하려고 하는데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단다

.

그녀의 결혼 생활은 친정 엄마가 살아온 삶과 비슷하여, 하나 하나 나열하지 않아도 잘 안다. 나 역시도 독불장군 같은 아버지 밑에 자라면서 느낀 것이 많기에 결혼만큼은 이야기와 생각이 잘 통하는 사람과 해야겠다고 맹세를 했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기 나름 가족을 사랑한다고 하는 행동이 더 싫다고 한다. 그래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아무리 상대방에게 잘해주려고 해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것은 일방통행이고 집착이기 때문이다. 집밖에서 보면 그녀의 남편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집안에만 들어가면 180도로 돌변한다고 하니, 같이 한 집에 사는 사람만이 그것을 알고 고통스러워할 뿐이다. 남의 충고도 두고 두고 들먹이고 비난하며,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니 감히 어느 누구도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녀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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